“어디로 가야 하나?” 편의시설에서 출입문 단차 어찌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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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나?” 편의시설에서 출입문 단차 어찌해야 할까요

최고관리자 0 684

“어디로 가야 하나?” 편의시설에서 출입문 단차 어찌해야 할까요


부산 서면에서 동래 쪽으로 가는 길에 양정이라는 곳이 있는데 양정에 하마정이라는 곳이 있다. 
하마정(下馬停)은 글자 그대로 말에서 내린다는 뜻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던 동래정씨(東萊鄭氏)는 고려 시대부터 문벌 귀족 가문이라 명문가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동래정씨의 시조인 정문도(鄭文道)의 묘소가 있는 화지산 자락의 정묘사를 지날 때는 말에서 내려서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서 경의를 표하라는 하마비(下馬碑)를 세우게 되었고, 여기서 하마정이라는 지명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왜장이 말을 타고 하마비 앞을 지나려고 하는데 말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낙마하게 되었다. 
왜장이 다시 말을 타려고 했으나 도무지 말에 오를 수가 없었다. 
통역관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이곳에 정문도(鄭文道) 공의 묘소가 있어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왜장은 예의를 갖추고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한다.
하마비와 하마정 관련 내용은 구전 설화인데 정문도의 묘는 지금도 화지산에 있다. 
하마비는 동래정씨 종약소(宗約所)에서 보관하여 오다가 1980년대에 거제로 확장 공사 때 
동래정씨 종중의 후원을 받아 문화유적으로 영구히 보전하고자 본 위치에 옮겨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하마비는 하마정 사거리에 있다.

하마정은 부산 양정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여러 곳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려고 생각하니 문득 하마정이 생각났다. 
그래서 양정으로 하마정 사진을 찍으러 갔다. 
사실 장애인편의시설과 하마정은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하마정이 생각 난 것은 계단 때문이었다.

일반 백성들은 언감생심 상관도 없는 말이지만, 높으신 분들이 말을 타고 내릴 때는 노둣돌이 필요했다. 
양반집 아녀자들이 가마를 타고 내릴 때도 발돋움을 도와주는 노둣돌이 필요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양반 가문에는 노둣돌이 있었다고 하는데 노둣돌은 일종의 하마석(下馬石)이었다.
이런 전통 때문인지 전통가옥에는 50cm 남짓한 축담이 있었다. 
그래서 현대식 빌딩을 처음 건축할 때도 2~3개의 계단 위에 건물이 지어졌다고 한다. 
예전의 말이 자동차 등으로 달라졌지만, 자동차를 타는데도 예전의 노둣돌 역할을 하는 계단이 필요했을 것 같다. 
더구나 노둣돌은 오랜 전통이었다.

요즘도 BRT 버스정류장에는 버스 타는 곳의 단차가 25cm쯤 된다. 
버스를 정류장 가까이에 붙여주면 버스 타기가 수월하지만, 
간혹 버스를 멀리 떨어져서 세우는 버스 기사가 있어 젊은이들은 다리를 길게 뻗어서 버스를 타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므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서 버스를 아예 못 타는 장애인도 있지만.

버스는 물론이고 승용차도 차를 타려면 바퀴의 높이가 있으므로 20~30cm쯤 노둣돌이 있어야 차를 쉽게 탈 수가 있다. 
그런데 요즘은 노둣돌은 없지만, 도로와 인도가 구분된 곳은 인도의 높이가 도로보다 25cm쯤 높으므로 차를 타고 내리기에 편리하다. 
그래서 BRT 버스정류장은 도로보다 25cm쯤 높다. 
가끔 버스 기사들이 버스를 정류장 가까이에 안 붙이고 멀리 떨어져서 세우기도 하지만.

19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이 제정되었다. 
모든 시설에는 장애인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대부분의 장애인은 이제 편의시설이 갖추어지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니다. 
예외가 있었으니까. 이전에 건축했거나, 50제곱미터 미만 등은 예외였다.

그러나 이전에 건축했거나 대상이 아닌 건물을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도 가끔은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 더러 있다. 
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물이다. 그러나 그런 건물도 설마 법률에 저촉되지는 않겠지만.

필자의 사무실은 부산역 맞은편 차이나타운에 있다. 
대부분의 식당은 5~6cm 정도의 단차가 있고 어떤 곳은 20cm가 넘는 곳도 있다. 
그래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가려면 경사로가 되어 있는 식당을 찾아야 한다. 
물론 하늘의 별 따기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에도 입구에는 서너 개의 계단이 있어서 장애인은 이용하기가 어렵다.
어쩌다 그런 식당을 이용하려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죄송하지만 휠체어 좀 들어 주시겠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은 기꺼이 도와준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일도 못 한다.
예전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도와주던 휠체어는 수동휠체어였지만, 
요즘은 대부분이 전동휠체어라서 옆에서 도와주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전동휠체어를 한두 사람이 들어서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얼마 전 필자의 사무실 부근에 있는 한 건물이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다. 
그 건물도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 있었기에 이번에 리모델링을 하면 입구에는 경사로를 설치하겠지 싶었다.
리모델링은 꽤 오랫동안 하는 것 같았다. 내부가 다 되었는지 이제 출입구를 할 차례 같았다. 
그런데 가림막 사이로 보니까 출입문이 10cm쯤 되는 계단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공사하는 기사님에게 물었다.

필자 : “혹시 이게 입구입니까?”
공사하는 기사 : “왜 그러시는데요?”
필자 : “저는 장애인복지 일을 하는 사람인데 입구에 편의시설을 안 하는가 싶어서요.”
공사하는 기사 : “그런 거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겁니다.”

그야말로 필자의 오지랖이었다. 며칠 지나자 입구에는 스테인리스로 된 경사로를 설치했다. 
그런데 건물은 도로에서 2m쯤 뒤에 있었는데 스테인리스 경사로는 1m쯤 되고 
다시 1m를 나와야 도로가 있는데 건물에서 도로 바닥까지는 7~8cm의 단차가 있었다.
입구에서 스테인리스 경사로를 설치하는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필자 : “입구에는 이렇게 경사로를 설치하시는데, 만약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도로에서 어떻게 들어옵니까?”
공사하는 기사 : “그것까지는 우리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여기까지만 공사하라고 해서”
필자 : “저 옆집은 도로까지 경사로가 되어 있던데요.”
공사하는 기사 : “거기는 의무사항이고 여기는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필자 : 아하, 그랬구나, 의무사항이 아니었구나.

건물을 공사할 때 대상시설에 따라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 기준이 있다. 
그런데 그 건물은 편의시설 설치 기준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언젠간 제법 큰 식당에 편의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구청에 문의했더니 해당이 안 된다고 했었다.
요즘은 아파트 평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넓이는 제곱미터로 계산한다. 
편의시설 설치 기준에 근린생활시설은 최소 넓이가 50제곱미터 이상이다. 
50제곱미터라면 약 15평정도 된다. 그러니까 15평 미만은 편의시설 설치 기준에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은 도의상 하는 것이고 법에서 정한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건물 면적이 50제곱미터 이하인 모양이다.

「장애인등편의법」 제4조(접근권)에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라고 되어 있지만 여러 가지 기준에 부합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의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조차 없는 모양이다.
오래전 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장애인이 밥 먹을 곳이 없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써 놓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동안 세월이 흘러서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밥 먹을 식당도 마땅치가 않아서 
“오늘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곳저곳 둘러보아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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