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을 통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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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을 통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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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고정관념 탈피, 성평등·다양성 추구 등에 고무적
탁구 등 일부 종목서 경쟁하는 장애인 관련 언론 시각 우려
안세영 폭로 사태 통해 장애인 무시하는 우리 사회 떠올라


전 세계 지구촌 축제인 제33회 파리올림픽이 지난 7월 26일부터 시작해,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조국의 영광을 위해 서로 치고받는 시합을 하며, 8월 11일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파리올림픽 동안 선수들은 기쁨과 환희, 좌절과 분노 등을 표출했고, 시합 후엔 서로 우정을 다지기도 했다.

일단 이번 개막식은 경기장 밖의 세느강에서 했기에, 그것 자체가 신선했다. 파리올림픽 전까지는 경기장이란 한정된 공간과 그곳에 모인 관객들만 개막식을 관람하고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개막식은 파리시민 모두가 관객으로 관람해 즐기게 만드는 개막식이란 생각이 맨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개막식 자체가 지겹지 않았는데, 프랑스의 역사·문화·예술 등을 담은 공연·퍼포먼스가 강렬하고, 공연·퍼포먼스 중간중간 각국 선수단 소개하는 식으로 개막식이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맨 처음 선수단 입장이 있었는데, 올림픽 관례에 따라 그리스가 먼저, 그다음에 난민선수단이 입장한 다음, 프랑스어 순서에 따라 약 20여 개국 선수단이 세느강 유람선을 타면서 파리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 후 바로, 가수 레이디 가가가 선수단을 환영하는 노래와 공연을 보여주더니, 이어서 세느강 유람선을 탄 약 20여 개국 선수단 소개가 있었다. 역시 파리시민들 환영을 받았고, 선수단 소개 도중 성화봉송 축제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역사적 건물을 배경으로 프랑스의 정신인 자유, 박애, 평등을 상징하거나 유럽의 춤이라는 제목을 통해 다양성을 축하하는 의미의 공연들도 있어, 나름 재미있게 봤다. 특히 프랑스의 여인이란 코너에선 페미니스트이자 식민주의에 맞서 싸운 루이스 미셸, 낙태 비범죄화한 시몬 베일 등을 소개했는데, 성 평등 올림픽을 지향하려는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의도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구기 종목의 마지막 피날레는 남성들이 가졌는데, 이번 올림픽에선 농구, 핸드볼, 축구 등의 종목 피날레 영광을 여성들이 누리게 하면서, 남녀평등 가치를 실현하려는 조직위원회 의도가 정말 느껴졌다. 이것도 다양성 증진 방향을 추구하려는 하나의 일환이란 생각이 든다. 마라톤, 근대5종에서도 여성들이 피날레를 장식할 정도로 경기 내용이 훌륭했다.

다시 개막식 얘기로 돌아가면, 9막 어둠 속 희망이란 제목에선 테러, 전쟁, 기후 위기 등 젊은이들이 감당키 어려운 세상 현실을 묘사한 공연, 10막 연대에선 철갑을 입은 철의 여인이 세느강을 건너 올림픽기를 전달하는 의식 등이 있었다. 올림픽 개회사 및 개회선언 뒤에는 성화 점화 식순이 있었는데, 전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이 건네받은 성화는 여러 스포츠 스타들을 포함한 성화봉송자들의 손을 거쳐 프랑스의 유도영웅 테디 리네르와 전 육상선수 호세 마리 페렉 등에 의해 열기구에 점화됐다.

성화봉송자들 가운데는 의족을 착용한 남성, 여성 각각 1명씩 있었는데 여러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성화봉송에 참여했기에 사회통합을 염원하는 듯한 게 느껴져,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성화 점화 전 휠체어 이용 성화봉송인이 휠체어 움직임 없이 테디 리네르와 호세 마리 페렉에게 성화를 건넨 모습이 장애인은 뭔가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이란 느낌이 들게 만들어 옥의 티긴 했다.

이렇게 개막식은 스타디움 개막식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장애, 성별 등의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혁명의 나라다운 프랑스다운 발상을 느껴 좋았다. 물론 너무 많이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구성이 산만했다는 일부 평가도 있었지만 말이다.

16일 동안 열전이 있었는데, 탁구 경기를 보다, 팔이 한 팔인 선수를 봤다. 브라질 국적 알렉산드르 선수인데, 다른 선수와 한 조를 이뤄 우리나라의 신유빈-전지희 조와 단체전 복식경기에서 경쟁했다. 비장애인 선수와 함께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시합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올림픽에서, 장애인이 참여해 시합한다는 게 IOC에서 주창하는 ‘다양성 속의 통합’을 구현하는 일환이라 느껴져 고무적이었다.

이런 느낌을 느낄 만한 장면은 직전 도쿄올림픽 탁구에서도 있었다. 폴란드의 나탈리아 파르티카 선수가 자국 다른 선수와 한 조를 이뤄 자신의 한 팔만으로 우리나라의 신유빈 선수가 이끄는 복식조와 경쟁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가며, 최선을 다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또한, 파리올림픽에선 여자 골프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인도 출신의 골퍼 다가르도 출전해 메달 획득을 위해 경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도의 박주효가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시합했다. 역도, 골프, 탁구 종목 등에서 장애인의 올림픽 참여 모습을 보면 다른 종목에서도 그런 모습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같은 종목 안에서도 장애 여부에 따라 진행방식이 다른 경기방식 등이 있어, 올림픽과 패럴림픽 통합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게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장애인의 올림픽 참여에 관해 공영방송 KBS의 “불가능은 없다”‧‧‧2024 파리 올림픽, 장애와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들이란 제목의 기사엔 “결과에 상관없이, 다양한 심신의 장애들을 극복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곤 합니다.”란 내용 등이 있다. SBS 뉴스에선 장애를 뛰어넘은 인간승리의 감동을 선사했다는 내용이 있고 이외에도 몇 언론에서 이와 같은 식으로 보도하는 것을 접했다.

장애는 극복하고 고치는 대상이 아닌 다양성이자 정체성의 일부인데, 아직도 장애 극복 서사를 만들어 클릭 수를 높여보고자 하는 언론의 행태에 답답함이 느껴진다. 장애를 극복해 감동을 선사한다는데, 이는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사회적 환경과 장벽에서 찾는 게 아니라, 개인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왜곡한다. 그러니 장애는 감동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없애야 할 것으로 장애를 바라보는 손상 중심의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사회이다 보니, 이런 보도들이 계속 나오는 게 별로 이상하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장애를 상품화하는 것에도 분노가 든다. 패러다임이 바뀌어 장애 극복 서사, 감동 포르노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벗어날 날은 과연 언제일까? 그날로 향하기 위한 당사자들의 끈질긴 싸움이 이어져야 하겠지.

우리나라 언론에서 선수를 향한 차별적 질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도 좀 그랬다. 이번 올림픽 양궁 혼성전과 여자단체전, 여자개인전에서 금 3개로 3관왕을 차지한 임시현 선수에게 SBS 유투브 채널 스브스 챗터뷰 채널에서 인터뷰했는데, 채널 측에서 턱에 활 자국이 있다고 했고, 임 선수는 (턱의 색이) 착색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챗터뷰 측이 선수에게 시술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선수는 은퇴하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양궁 남자단체 쇼츠 인터뷰에는 외모와 관련된 질문이 없었다.(출처: 양궁 임시현에 "턱 흉터 시술은?"…SBS '외모 지적' 논란, 뉴스 1, 2024년 8월 5일 기사)

이런 정황을 보며 챗터뷰 측에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 꼭 예뻐야 여성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의도로 턱에 활 자국이 있다는 식의 말을 꺼냈다는 게 느껴져 외모를 이유로 한 차별이란 느낌이 들 정도다. 더군다나 남성에는 외모 질문이 없었던 걸 보면 성차별적인 거까지 느껴진다. 임 선수가 재치있게 잘 받아쳤지만, 챗터뷰 측의 태도에서 그녀는 속으로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하긴 가부장적 사회인데다 장애, 성별, 성적 지향, 나이, 학력, 외모 등의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금지라는 이유로 반대하며, 다양성 혐오가 팽배한 나라라 인터뷰한 사람이 차별할 의도가 없었다 할지라도, 외모를 차별하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기도 하겠지. 이번 22대 국회에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으려나?

한편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 선수가 시상식 후 협회에 대해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접하기도 했다. 당시 안 선수는 아시안게임 때 당했던 부상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심한 부상 때문에, 외부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협회가 그걸 막는 등 선수 보호와 관리가 안 되는 부분을 토로했다.

이를 지지라도 하듯 2016 리우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리스트인 정경은은 성적 50%, 심사위원 평가 50%로 국가대표 선발한다고 설명하고는 자신이 성적이 더 나았는데 심사위원의 평가가 좋은 선수가 자신 대신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며, 협회가 불공정함을 문제 삼았다. 이런 폭로들에 대해 협회는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다, 안세영의 경우엔 한의사까지 대동해 치료했지만 부족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선수 보호와 관리, 그리고 공정한 선수 선발은 배드민턴 협회가 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증언이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건 그만큼 협회가 무능하다는 의미다. 이후에 어떤 얘기들이 나오는지 봐야 알겠지만, 선수 보호하지 않고 불공정한 건 축구협회도 마찬가지다.

북중미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선임과정에서 포옛, 바그너, 제시 마치 등 다른 외국 출신의 감독 후보들은 자신의 축구가 우리가 추구하려는 축구 스타일과 맞는지를 설명하는 것까지 하며, 대한축구협회 측으로부터 심층 면접을 봤고 이 과정에서 PPT까지 준비하는 후보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울산 감독이었던 홍명보에게는 심층 면접 대신 이임생 축구협회 이사로부터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부탁받았고, 그는 하루 만에 감독직을 수락했다. 외국 감독에게는 면접 절차를 거치는데, 한국인에게는 그런 절차 생략하고, 감독을 뽑은 건 누가 봐도 상당히 불공정하다.

이거와 관련해 박주호 전 축구협회 전력 강화 위원은 그간 전력 강화위원회의 일부 위원이 외국인 감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물론,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대표팀 임시감독 임명 시에도 별다른 논의 없이 투표로 진행했다고 하며, 공정성과 투명성이 축구협회에 없음을 폭로했다. 여기에 대해 축구협회는 고발한다고 했지만, 공정성 없는 협회 모습은 이미 승부 조작범 사면사태 등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종차별까지 받는 손흥민과 황희찬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치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는 게 축구협회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준비할 때도, 국가대표 훈련장 대신 선수들로 하여금 호텔 헬스장에서 훈련하게 하는 등 선수를 보호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선수의 인권을 보장하는 등 선수 보호에 관한 걸 축구협회를 통해선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불공정하고, 선수를 보호하지 않는 이런 협회들 모습은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우리 정부와 지자체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신안군 염전에서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함은 물론, 장애인에게 심한 욕설과 구타를 가하며, 장애인의 존엄성을 유린한 염전 노예 사건이 10년 전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우리는 공분했다. 하지만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피해자가 범행을 뉘우치고, 먹여주고 재워줬다는 이유로 집행유예한 사법부의 판결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만들었다. 상당히 불공정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부는 예산이 대부분 지역사회보다 시설에 투자하는 등 시설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지역사회 자립에는 쥐꼬리만큼을 지원하는 방향을 취해왔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노숙이란 두려움에 염전으로 돌아가는 염전 노예 피해장애인이 절반 이상을 넘었다. 장애인을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의 조치는 거의 전무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불공정한 모습이 협회들이나 정부, 지자체나 다 비슷하고, 이게 안세영 선수의 폭로를 통해 다시금 생각난 거다. 양궁협회를 빼놓으면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가 없는 게 현실인데, 이번 폭로를 통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춘 스포츠 협회들로 거듭나는 실마리가 생기길 바래본다. 나도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보장하는 것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겠다.

이외에도 세느강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을 소개할 때, 우리나라를 북한으로 소개하고,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우승한 오상욱 선수를 ‘오상구’로 표기하는 등 저게 올림픽 맞나 하는 심정이 드는 면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거머쥔 반효진의 사격장면이나 힘든 훈련 속에 값진 동메달을 획득한 남자 자유형 400m의 김우민 선수의 모습 또한 기분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는다.

이렇게 스타디움에서 개막식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성 평등을 추구하려고 했던 거에 고무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탁구, 골프 등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는 장애인에 대해 인간승리, 장애 극복 등으로 묘사하며 다루는 우리나라 언론이 여전히 우려스러웠다. 아울러 안세영 사태 등을 통해 국가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지도 않고, 장애인을 한 인간으로 존중·보호하는 것에 관심 없거나 무책임한 정부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 파리올림픽을 돌아보며 상당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17일 동안 파리 시내를 밝혔던 성화는 꺼지고 선수들은 4년 후 헐리우드의 본산지인 LA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파리올림픽이 종료됐다. 8월 28일엔 파리 패럴림픽이 펼쳐질 것이고 4년 후에는 LA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열릴 것이다. 그때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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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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