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재미있게 보내고 온 나의 2024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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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재미있게 보내고 온 나의 2024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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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 맞이한 광복절, 일제강점기 사적지 등 견학 의미있게 보내
언젠가 장애인들도 여름 이야기가 휴가 이야기로 장식될 수 있기를


휴가라는 것도 이제야 제자리에 왔습니다. 이제 몇 가지만 채우면 코로나19의 영향과 그동안의 휴가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난 8월 14일 저녁부터 8월 17일까지 두 번의 여름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제1부는 부산에서 보냈고, 제2부는 교회 수련회 일정을 겸해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이번 제1부 휴가인 부산 일정은 올해가 지나면 하기 어려운 일도 있어서 조기에 집행한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휴가 계획은 지난 7월 초부터 준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숙소 예약을 7월 7일에 진행했고, 1개월 전에야 철도 승차권 예매가 가능하다는 철도공사 규정에 따라 기차표도 7월 16일에 예매했습니다. 그 이후 촬영 일정을 조율하면서 마지막으로 지난 11일에 촬영을 위한 전세 택시 섭외와 1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던 SSG 랜더스 대 NC 다이노스 야구경기 입장권 예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려왔던 출발의 날이었던 8월 14일이 다가왔습니다. 8월 14일 저녁에 출발하기 때문에 낮 일정은 당연히 회사 정상근무였습니다. 집으로 퇴근하지 않고 휴가 일정을 출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짐 문제가 마음에 걸렸는데, 다행히 서울역 물품보관함에 적재해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곳에 캐리어 짐을 놓고 사무실에서 정상근무를 마친 뒤, 퇴근하면서 도로 서울역으로 돌아와 짐을 찾고 저녁을 먹은 뒤 부산행 KTX에 올랐습니다.

부산행 KTX에서 특별하게 한 것은 제가 추진 중인 에피소드 에세이 《파란만장 자폐인》의 집필을 마치고 마지막 글인 에필로그를 카카오 브런치스토리에 공개하면서 집필을 마쳤다는 점입니다. 그리고는 눈여겨보던 출판사 측에 “시점 통일 작업 등을 진행하면 곧 원고를 보내드릴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메일을 띄웠습니다. 그 이후 출판사 담당자에게서 지난 19일 “작업이 진척되었다니 반가운 일이다”라는 회신을 받으며, 곧 최종 원고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그때 힘들었던 일은 장애 등의 영향으로 노트북 키보드의 소음이 살짝 있어서 타자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부산역 앞 예약한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과 함께 601호실에 배정되어 여장을 풀고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며 그곳에서 푹 풀린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뭔가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응어리진 것이 욕조 안에서 풀렸기 때문입니다.

8월 15일은 본격적인 일정의 날이었습니다. 일단 오전에 ‘피난수도 부산’ 여행을 즐기면서 일정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피난수도’라는 것은 한국전쟁 당시 정부가 부산으로 피난하러 와 정부를 운영했던 기간을 의미합니다. 이 피난수도 기간에 발췌개헌안과 부산정치파동(1952년) 같은 굵직굵직한 현대사 사건들도 벌어지기도 했었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전쟁 당시 UN군 병력과 물자가 한국에 도착해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부산항 제1부두를 시작으로 대한제국 시절 국내 자본으로 세워진 한성은행 부산지점 사무실(현 한성1918. 한성은행은 현재 존속 중인 신한은행 법인의 전신입니다.)·구 한국은행 부산지점 사무실(현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구 동양척식회사 부산지점 사무실(현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교회·구 경상남도청과 경상남도지사관사(피난수도 시절 임시 중앙청과 임시 대통령 관저로 사용)등을 순서대로 사진찍고 견학했습니다. 그렇게 ‘순례’를 마치고 오후 일정을 위해 잠시 부산역 숙소 인근으로 돌아와 밀면 한 그릇 말아먹고 전세 택시가 숙소에 도착해 있어서 그것을 타고 가덕도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가덕도 일정이 가장 핵심 일정이었는데, 올해가 아니면 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최근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일정에 따라 가덕도 외양포 등지가 공항 부지로 편입되어서 그곳에 있었던 일제(日帝) 포진지 사적지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어서였습니다. 실제로 현지의 문화유산해설사는 이 사적지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일정에 따라 없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니 말입니다. 특히 그 날은 광복절이었기에 그 일정을 들었던 직장상사와 전세 택시 기사도 의미 있게 광복절을 보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광복절에 일제의 만행이 벌어진 현장을 보고 오니까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입니다.

원래 3시간 촬영으로 일정을 잡았었는데, 거의 절반 수준으로 일정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전세 택시를 갑자기 창원으로 돌리게 되었는데, 바로 창원NC파크로 가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날 SSG 랜더스 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경기 3연전의 마지막 게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택시 바로 뒤에 SSG 랜더스의 구단 버스가 있었다는 것에서부터 놀랐으니 말입니다.

창원NC파크는 블록별로도 입장료를 다르게 정하기도 했었고, 장애인 할인 정책이 매우 좋아서 다른 곳은 외야석 등 일부 좌석만 장애인 할인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일반 내야석, 거의 응원석에 가까운 곳도 장애인 할인이 적용되었습니다. 다만 가격을 알려드릴 수 없는 것이, NC 다이노스 구단은 모기업인 NC소프트가 컴퓨터 게임 제작사이다 보니, 모기업 특성에 알맞게 IT 기술인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가격을 자동 조절하는 체계를 갖춰서입니다.

경기는 18시 시작이었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인한 경기장 정비 일정으로 경기가 1시간 30분이나 늦게 시작되어 19시 30분에 시작했습니다. 공군교육사령부(경상남도 진주시 소재) 군악대가 식전 공연을 했고,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 후손이 시구와 시타를 맡으며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경기는 5회 공격에서 터진 SSG 랜더스 유격수 김성현과 3루수 최정의 연속 홈런과 7회 공격에서 우익수 한유섬의 주자 싹쓸이 2루타를 중심으로 SSG 랜더스가 10-5로 승리하며 첫 SSG 랜더스 개인 단독 원정응원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에는 개인 단독 원정응원을 전혀 가지 않았지만요. 그래도 경기가 늦게 끝나는 것이 경기 취소보다는 나은 것이니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문제는 부산으로 복귀하는 것이었습니다. 23시에야 끝나는 바람에 급히 부산 복귀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마산터미널에서 부산서부터미널(일명 사상터미널)로 가는 야간버스가 있어서 그것을 잡아타고 부산에 도착해서 다시 부산 택시로 숙소에 간신히 투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화려한 15일 일정이 끝났습니다.

16일에는 아침 정리를 마치고 밀려있었던 일정인 몇몇 문서 작성 일정이 있어서 오전에 부랴부랴 문서를 작성하고 17시 기차 출발시간까지 부산 북부 촬영으로 수영동 일본인 가옥·UN 기념공원·구 동해남부선 해운대역을 촬영하고 서울행 기차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습니다. 사실 다음 일정이었던 교회 수련회 일정이 없었다면 가덕도 촬영은 17일에 했었을 것이고 18일 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교회에서 감사성찬례에 참례한 후 서울로 복귀하려 했는데, 이것이 다행스럽게 된 것이 18일 KTX 탈선사고가 동대구역과 경주역 사이에서 발생했었기 때문입니다. 일정을 당겼기에 화를 피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16일 저녁 인천 집에 돌아와 잠깐의 정리를 마친 뒤 17일과 18일에는 교회 청년회 수련회 일정으로 강릉의 성공회 회당에 다녀왔습니다. 첫날에는 참석 인원 수가 많았지만, 나중에 일정 등의 이유로 철수하는 인원이 많아서 결국 마지막에 현지에서의 감사성찬례 참례 때 남은 인원은 저를 포함해 4명뿐이었습니다.

강릉 일정에서 경포대 해변에서 노는 시간도 있었는데, 해수욕을 안 해도 된다 해서 신났다가 결국 일정이 안 맞아서 그냥 해수욕할 것을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피자를 먹었으니 다행이지만요.

그렇게 일정을 마치고 지난 19일 서울 사무실에 복귀했을 때, 저를 지켜본 차장님은 “지용 씨 눈이 부었고 얼굴이 많이 탔네요!”라고 이야기하면서 복귀를 환영했습니다. 유일한 문제는 복귀 후 업무 수습이 꽤 길어서 업무 수습과 그 날 해야 했던 다른 정산 등의 업무를 마치니 하루가 훅 가버렸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즘 비장애인 직장인 사이에서는 연이은 폭염, 휴가 물가 상승과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등으로 집에서 조용히 밀린 게임이나 넷플릭스 등 OTT 시청, 배달음식 식사 등으로 휴가를 보내거나 추석 등 시점으로 휴가 연기를 택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인들은 이런 휴가가 강제될 듯(?)한 느낌이 드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요즘은 이런 원인이 있어서 그나마 그렇지, 예전에는 장애인들은 휴가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였으니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장애인들도 휴가를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도록 여행 등에 대한 지원과 뭐니 뭐니 해도 재정과 시간의 여력이 될 수 있도록 장애인 고용 활성화와 제대로 된 임금 부여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야 휴가 갈 재정과 시간이 보충되면서 충분히 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일단 접근성 이전에 휴가 자체를 갈 수 있는 준비 자체부터 마련해야 하는 한국 장애계의 안타까운 현실이 이럴 때 드러나기도 합니다. 휴가 자체를 갈 수 있어야 여행지나 숙소 접근성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터니 말입니다.

그래도 이제 제가 휴가 일정에서 달성하고 싶은 것은 실질적으로도 2박 3일 이상 단일 휴가지에 있어 보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그런 일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휴가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데, 앞으로 장애인들도 여름이면 휴가 잘 다녀오기가 중요한 여름 일정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나중에 장애인들이 여름에 대한 이야기가 투쟁 이야기가 아닌 여름휴가 갔다 온 이야기로 장식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장애인이라고 집에만 콕 있으면 결국 여름이 재미없어지니까요. 2025 여름휴가 시즌에는 더 많은 장애인이 휴가를 떠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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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지용 alvis@naver.com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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