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문 시 알게 된 한일 장애인 현실 공통점과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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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09:21
장애의 정의, 발달장애인법 법정 장애 등에서 차이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예산, 탈시설 지체 등에선 공통점
지난 10월 12일 한일 신경다양인 교류회 이후 다음날 와세다 대학 근처 네코카페(Necco Cafe)라는 곳에 들렀다.
영국 자폐인 자조모임 Autscape를 통해서 윤은호 조정자가 알게 된 카페로 일본 발달장애인협의회 마크가 붙어 있고 자폐성 장애인 부모가 설립한 카페이기도 하다. 정기적인 당사자 모임이 개최되며, 그 모임에서 당사자들끼리 일상과 직장생활에서의 고민을 나눈다.
일요일이긴 했는데, 마침 그날이 야구를 좋아하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자조모임 날이었고, 우리 측은 그 정보를 입수했다. 야구광인 장지용 회원은 그 모임 참가비를 낸 후 모임의 회원들과 이야기했는데, 언어 문제 외엔 아무런 문제가 없이 대화에 집중하며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동안 윤은호 조정자와 나는 카레 집에 들어가 저녁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조모임이 끝난 직후, 윤은호 조정자와 나는 일본 네코 카페에 모이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 중 일부와 그 카페의 사장님과 같이 모임을 가졌다. 장지용 회원은 비행기 시간이 다가와 나와 조정자에게 서울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이후 모임이 시작되었는데, 윤 조정자가 CRPD 활동, Lancet의 자폐 관련 지적 사기에 대한 대응, 자폐인 긍지의 날 개최, 신경다양성 지지단체인 세바다와의 연대 등 estas의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모임을 마친 후 나는 일본에서의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지원과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관해 질문했다. 이 질문을 들은 카페 사장님은 먼저 이 카페와 관련해 소개했는데, 카페에 자주 오는 발달장애인 등이 카페회원 가입하고, 카페는 좋은 장소지만, 정부에 뭔가 얘기하거나, 제안서 제출 시 당사자로만은 안 되고 단체가 있어야 해, 협회(일본 발달장애인협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서 카페 사장님은 자조모임 지원과 관련해선 국가와 지자체의 매칭 시스템이라, 지자체에서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지 않으면,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자체에서 예산지원을 꺼리면, 자조모임에 관한 정부 지원은 사실상 없는 거다. 참고로 이 카페가 있는 도쿄도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싫어하는 게 있단다.
그다음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관련해선, 사는 곳에 따라 지원 정도가 다른 현실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를 들어, 가나가와현, 오사카부엔 센터가 몇 개 있지만, 도쿄도에는 하나밖에 없고, 도쿄 내의 신주쿠에는 하나도 없는 반면, 이타바시 구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있단다. 성인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있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단다. 이렇게 지역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분포엔 지역 편차가 심하다.
그리고 정부가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예산을 주긴 하지만, 적게 주고, 그 센터에 권익옹호팀이 없다는 답변도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일본 발달장애인법에서 ADHD는 발달장애에 속하기에 법에 따른 지원대상이며 ADHD와 관련된 장애판정 기준은 없단다.
일본 네코 카페 측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 다른 부분이 있음을 부분적으로나마 알게 되었다. 먼저 일본 발달장애인법에서 발달장애에 ADHD가 포함된다는 건 부러웠다. ADHD가 있는 사람들의 요구에 대한 지원근거가 일본의 발달장애인법에 있으니 말이다. ADHD가 있는 사람들이 사실 자폐 특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 발달장애인법에 ADHD는 법정 장애로 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한국 발달장애인법의 발달장애엔 ADHD가 포함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ADHD는 법정 장애가 아니며, 이에 따라 ADHD가 있는 사람은 생활상의 어려움 관련 욕구를 지원받지 못해, 삶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발달장애인법에 ADHD 포함은 물론 신경다양성(ADHD, 성격장애 등 포함)에 대해 우리 사회에 알리는 게 많이 필요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자조모임 지원과 관련해선 사실상 지원예산 집행은 없지만, 그럼에도 일본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후생노동성에선 이 카페와 관련된 예산을 잡았고, 예산 지원근거도 있단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것조차 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 비하면 그쪽이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대한민국 발달장애인법에 자조모임 지원 근거조항이 있으나, 지원예산은 단 한 푼도 없어, 조항이 유명무실하지만 말이다.
한편 일본 도쿄대에선 장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시간관계상 물어보지 못했다. 이에 일본어를 잘하는 우리 estas 회원이 일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나온 장애 정의를 보여주었다. 봤는데, 장애를 손상과 차별적 제도와 문화 등의 사회적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장애 정의는 장애인복지법에서 가져왔고, 장애를 순전 개인의 문제로 보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따라 정의한 것을 보면, 일본의 장차법을 보며 상당히 부러웠다.
이외에도 일본 지하철을 타면서 휠체어 이용인을 종종 자주 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 비해선 장애인 이동권이 더 보장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교통약자들이 앉는 자리의 창문에 붙여진 우선석 라벨엔 심장장애인, 신장장애인 등을 상징하는 내부 장애인이 그려져 있었다. 이를 통해 내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일본에선 어느 정도 많이 되어 있음 또한 느끼게 되었다.
반면, 일본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권익옹호팀이 없다는 지점은 의외였다. 사실 일본 정부가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주는 예산이 쥐꼬리만 하기에, 권익옹호팀이 없다는 점이 이해가 가면서도, 그게 없으면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겪는 인권유린으로 인해 침해받은 권리를 구제하는 게 상당히 잘 안 되겠다는 게 짐작되니, 기분이 거시기했다.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해 현실은 거의 비슷하나, 그나마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권익옹호팀이 있는 점은 일본보다 조금 낫다는 생각은 들었다. 다만, 예산지원이 상당히 쥐꼬리라 권익옹호팀 변호사 채용이 잘 안 되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의 업무분장 정립이 원활하지 않은 점은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또한, 일본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구가 없다는 것도 얼마 전에 들은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으니 이런 면에선 우리나라가 형식적으로나마 낫다고 느꼈다. 요즘 다양성을 혐오하는 세력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지배해, 정부에 종속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못마땅하고 화가 나지만 말이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주는 예산이 쥐꼬리인 점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아, 한일 간 공통점이란 생각은 든다. 우리나라나 일본 전부 시설세력 등에 의해 탈시설 정책이 지체되는 것도 공통점이었는데, 이건 나와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일본 지적장애인 부모와 자립생활 관련 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됐다.
그 만남에선 심리사회적 장애인을 물리적으로 강박하는 게 일본 사회에서 심하다는 지점도 알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정신과 의사가 별로 인권 감수성 없이 반응했다고 말한 걸로 기억한다. 나와 대화하던 부모는 저거 의사 맞냐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식당에서 같이 화내며 씩씩거리기도 했다.
네코카페 방문과 일본 부모·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나라엔 ADHD가 발달장애인법에 법정장애로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인권적 모델에 기반해 장애 재정의가 이뤄져야 함을 확인했다. 발달장애인 자조모임에 대해선 실질적 예산지원은 물론 이게 장애인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함도 느꼈다.
아울러 탈시설 부분에선 양국이 정책 지체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일간 연대는 물론, 양국의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당사자들과 신경다양인들이 장애인권리협약을 더욱 철저히 공부하고 정부에 확실한 대안까지 요구해야 한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내년에 온라인이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든 네코카페, 도쿄대, 일본 신경다양인들과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돈 이슈 등이 있어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일 간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신경다양인 교류회는 양국의 장애인 권리증진을 위한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기에 내년에도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런 바람을 가지며, 도쿄대에서의 한일 신경다양인 교류회와 네코카페 방문 등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이후에는 윤 조정자와 후지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즐겼다. 이외에도 일본 시코쿠 섬과 큐슈 지역의 아름다운 절경, 하우스텐보스 놀이기구 등을 즐기고, 10월 31일 부산항을 통해 한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일본 방문에서의 경험과 추억이 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겠지. 그 시간에 배우게 된 게 조금이나마 우리나라 장애인 권리증진에 실마리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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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영국 자폐인 자조모임 Autscape를 통해서 윤은호 조정자가 알게 된 카페로 일본 발달장애인협의회 마크가 붙어 있고 자폐성 장애인 부모가 설립한 카페이기도 하다. 정기적인 당사자 모임이 개최되며, 그 모임에서 당사자들끼리 일상과 직장생활에서의 고민을 나눈다.
일요일이긴 했는데, 마침 그날이 야구를 좋아하는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자조모임 날이었고, 우리 측은 그 정보를 입수했다. 야구광인 장지용 회원은 그 모임 참가비를 낸 후 모임의 회원들과 이야기했는데, 언어 문제 외엔 아무런 문제가 없이 대화에 집중하며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동안 윤은호 조정자와 나는 카레 집에 들어가 저녁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조모임이 끝난 직후, 윤은호 조정자와 나는 일본 네코 카페에 모이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 중 일부와 그 카페의 사장님과 같이 모임을 가졌다. 장지용 회원은 비행기 시간이 다가와 나와 조정자에게 서울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이후 모임이 시작되었는데, 윤 조정자가 CRPD 활동, Lancet의 자폐 관련 지적 사기에 대한 대응, 자폐인 긍지의 날 개최, 신경다양성 지지단체인 세바다와의 연대 등 estas의 활동에 대해 소개했다.
모임을 마친 후 나는 일본에서의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지원과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관해 질문했다. 이 질문을 들은 카페 사장님은 먼저 이 카페와 관련해 소개했는데, 카페에 자주 오는 발달장애인 등이 카페회원 가입하고, 카페는 좋은 장소지만, 정부에 뭔가 얘기하거나, 제안서 제출 시 당사자로만은 안 되고 단체가 있어야 해, 협회(일본 발달장애인협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서 카페 사장님은 자조모임 지원과 관련해선 국가와 지자체의 매칭 시스템이라, 지자체에서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지 않으면,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자체에서 예산지원을 꺼리면, 자조모임에 관한 정부 지원은 사실상 없는 거다. 참고로 이 카페가 있는 도쿄도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싫어하는 게 있단다.
그다음에, 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관련해선, 사는 곳에 따라 지원 정도가 다른 현실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를 들어, 가나가와현, 오사카부엔 센터가 몇 개 있지만, 도쿄도에는 하나밖에 없고, 도쿄 내의 신주쿠에는 하나도 없는 반면, 이타바시 구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있단다. 성인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있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단다. 이렇게 지역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분포엔 지역 편차가 심하다.
그리고 정부가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예산을 주긴 하지만, 적게 주고, 그 센터에 권익옹호팀이 없다는 답변도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일본 발달장애인법에서 ADHD는 발달장애에 속하기에 법에 따른 지원대상이며 ADHD와 관련된 장애판정 기준은 없단다.
일본 네코 카페 측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 다른 부분이 있음을 부분적으로나마 알게 되었다. 먼저 일본 발달장애인법에서 발달장애에 ADHD가 포함된다는 건 부러웠다. ADHD가 있는 사람들의 요구에 대한 지원근거가 일본의 발달장애인법에 있으니 말이다. ADHD가 있는 사람들이 사실 자폐 특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 발달장애인법에 ADHD는 법정 장애로 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한국 발달장애인법의 발달장애엔 ADHD가 포함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ADHD는 법정 장애가 아니며, 이에 따라 ADHD가 있는 사람은 생활상의 어려움 관련 욕구를 지원받지 못해, 삶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발달장애인법에 ADHD 포함은 물론 신경다양성(ADHD, 성격장애 등 포함)에 대해 우리 사회에 알리는 게 많이 필요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자조모임 지원과 관련해선 사실상 지원예산 집행은 없지만, 그럼에도 일본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후생노동성에선 이 카페와 관련된 예산을 잡았고, 예산 지원근거도 있단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것조차 되고 있지 않은 현실에 비하면 그쪽이 그나마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대한민국 발달장애인법에 자조모임 지원 근거조항이 있으나, 지원예산은 단 한 푼도 없어, 조항이 유명무실하지만 말이다.
한편 일본 도쿄대에선 장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시간관계상 물어보지 못했다. 이에 일본어를 잘하는 우리 estas 회원이 일본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나온 장애 정의를 보여주었다. 봤는데, 장애를 손상과 차별적 제도와 문화 등의 사회적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장애 정의는 장애인복지법에서 가져왔고, 장애를 순전 개인의 문제로 보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따라 정의한 것을 보면, 일본의 장차법을 보며 상당히 부러웠다.
이외에도 일본 지하철을 타면서 휠체어 이용인을 종종 자주 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 비해선 장애인 이동권이 더 보장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교통약자들이 앉는 자리의 창문에 붙여진 우선석 라벨엔 심장장애인, 신장장애인 등을 상징하는 내부 장애인이 그려져 있었다. 이를 통해 내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일본에선 어느 정도 많이 되어 있음 또한 느끼게 되었다.
반면, 일본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권익옹호팀이 없다는 지점은 의외였다. 사실 일본 정부가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주는 예산이 쥐꼬리만 하기에, 권익옹호팀이 없다는 점이 이해가 가면서도, 그게 없으면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겪는 인권유린으로 인해 침해받은 권리를 구제하는 게 상당히 잘 안 되겠다는 게 짐작되니, 기분이 거시기했다.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해 현실은 거의 비슷하나, 그나마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권익옹호팀이 있는 점은 일본보다 조금 낫다는 생각은 들었다. 다만, 예산지원이 상당히 쥐꼬리라 권익옹호팀 변호사 채용이 잘 안 되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의 업무분장 정립이 원활하지 않은 점은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또한, 일본엔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구가 없다는 것도 얼마 전에 들은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으니 이런 면에선 우리나라가 형식적으로나마 낫다고 느꼈다. 요즘 다양성을 혐오하는 세력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지배해, 정부에 종속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못마땅하고 화가 나지만 말이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주는 예산이 쥐꼬리인 점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아, 한일 간 공통점이란 생각은 든다. 우리나라나 일본 전부 시설세력 등에 의해 탈시설 정책이 지체되는 것도 공통점이었는데, 이건 나와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일본 지적장애인 부모와 자립생활 관련 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됐다.
그 만남에선 심리사회적 장애인을 물리적으로 강박하는 게 일본 사회에서 심하다는 지점도 알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정신과 의사가 별로 인권 감수성 없이 반응했다고 말한 걸로 기억한다. 나와 대화하던 부모는 저거 의사 맞냐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식당에서 같이 화내며 씩씩거리기도 했다.
네코카페 방문과 일본 부모·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나라엔 ADHD가 발달장애인법에 법정장애로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인권적 모델에 기반해 장애 재정의가 이뤄져야 함을 확인했다. 발달장애인 자조모임에 대해선 실질적 예산지원은 물론 이게 장애인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함도 느꼈다.
아울러 탈시설 부분에선 양국이 정책 지체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한일간 연대는 물론, 양국의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당사자들과 신경다양인들이 장애인권리협약을 더욱 철저히 공부하고 정부에 확실한 대안까지 요구해야 한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내년에 온라인이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방식이든 네코카페, 도쿄대, 일본 신경다양인들과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돈 이슈 등이 있어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일 간 지적·자폐성 장애인과 신경다양인 교류회는 양국의 장애인 권리증진을 위한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기에 내년에도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런 바람을 가지며, 도쿄대에서의 한일 신경다양인 교류회와 네코카페 방문 등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이후에는 윤 조정자와 후지산의 아름다운 절경을 즐겼다. 이외에도 일본 시코쿠 섬과 큐슈 지역의 아름다운 절경, 하우스텐보스 놀이기구 등을 즐기고, 10월 31일 부산항을 통해 한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일본 방문에서의 경험과 추억이 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겠지. 그 시간에 배우게 된 게 조금이나마 우리나라 장애인 권리증진에 실마리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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