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무장애 팸투어 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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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무장애 팸투어 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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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개척하는 부산여행 


양산팀 – 원** 


“나랑 여행갈래요?”라는 권유를 받는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단체도 아니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2명과 동행인 2명, 이렇게 넷이라니. ‘진짜? 그렇게 단촐한 인원으로 갈 수 있다고?’ 습관처럼 의심하기도 잠시, 고민없이 승낙했다. 같이 여행해보고 싶었던 사람, 일상의 터전이 아닌 여행지로써의 부산, 이것만으로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지하철이용은 거의 20여년만의 일이었고 그마저도 가족없이 혼자 이용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모든 게 신경쓰였다. 좁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딫히는 일, 역의 출입구를 고려하고 계획대로 승하차를 하는 일, 출구를 찾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나오는 일까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지하철 속에서 혼자 몇 번의 소리없는 전쟁-다 큰 성인이 지하철에서 긴장한다는 사실이 내심 부끄러워-을 치렀지만 다행히 동행한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지하철 속도만큼 빨리 극복한 것 같다. -저 이제 지하철 잘 타요, 덕분입니다!-


영도다리는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사연많은 부산의 상징물이지만 도개행사를 통해 보는 현재의 모습은 귀여운 갈매기들이 인사하는 유니크한 관광지였다. 다리를 보며 누군가는 일제의 수탈이나 한국전쟁의 비극처럼 역사적 풍랑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그 모습만으로 기억되기 아쉬운 유산을 매력적인 도시의 랜드마크로 활용한 것이 인상깊었다. 송도해상케이블카는 쌀쌀한 계절에 더 고운 색을 뽐내는 바닷가의 운치를 극대화시켰다. 탑승때가 노을이 물드는 시간이라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받았다. 행운이었다. 부산을 찾은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다는 대표시장 자갈치·국제·부평(야)시장, 저녁시간이다보니 활기찬 시장보다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짙어 한산하게 둘러볼 수 있음은 좋았지만 지역시장을 방문할 때 느끼는 특유의 북적하고 생동감있는 느낌은 다소 적어 조금 아쉬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지나온 영화제 거리. 4~5년만의 방문이었지만 연말이 가까워오는 이맘때의 트리는 마지막을 아쉬워하는 마음과 다가오는 시작을 기대하는 마음만큼 미묘하고 다채로운 빛으로 마음을 물들이는 것 같다. 잠시였지만 이른 연말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숙소는 지하철이용 다음으로 의문이었던 사항이다. 장애인 객실. 들어본적은 있지만 이용해 본 적은 없고 보통 여행을 떠나면 엘리베이터만 있어도 다행이라며 안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온전히 ‘장애인의 편의’를 신경쓴 듯한 입구와 욕실 구조가 인상깊었다.사소한 불편-문을 여는 열쇠 키 작동이 약간 특이한 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콘센트 위치가 휠체어 충전과 동시에 욕실 사용을 하기에 조금 불편 했던 점 등-을 제외하면 정말 편안했다. 여행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을 당연시해 온 나로서는 이번 숙소가 편견을 깨줬다는 생각이든다. 둘째날 일정이 시작되고 방문한 영화체험박물관은 초등생 조카들이 생각난 체험관이었다.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평소에도 사진에 표정이 없고 연기력이 제로라고 타박받는지라 최선을 다해도(!) 사진이 어색해 난감한 상황이었다. 복천동 고분군 박물관은 대학시절을 상기시켰다. 전날 숙소에서 해당 고분군과 대표적인 출토유물등을 간략히 검색해보고 갔던지라 짧은 시간에 둘러보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본인에게는 원래 흥미로운 분야라 마냥 즐거웠으나 오가는 길이 꽤 멀고 경사가 급한 데다 역사에 흥미가 적어도 쉽게 둘러볼 주제-고대 매장문화 및 출토물(가야적 특색)에 대한 이해필요-는 아니어서 사실 보면서 ‘다른 분들도 재미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박물관이든 다른형태든 체험활동이나 옷, 장신구,음식 등 보다 일상적이고 접근이 쉬운곳이 있다면 그런 쪽이 더 대중적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코스였던 재한유엔기념공원은 감사하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경내를 돌았다. 복잡한 전쟁의 내막은 제쳐두고서, 그저 전쟁의 희생양이 될 뻔한 낯선나라의 사람들을 위해 선뜻 나섰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추모의 목적이 있는 공간이지만 아름다운 조경이 어우러진 공원이라 마냥 적막하고 슬픈 느낌이 들지않아 좋았던 것 같다. 코스외에 여행내내 제공된 식사 역시 한식 위주라 부담없이 먹기 좋았고 식사중이나 이동중에 부산 여행에 활용하거나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을 알려주셔서 혼자나 친구,가족과 함께일 다음의 여행들을 그려보며 즐겁게 여행을 마쳤다.


때로는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고,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이는 번화한 도심을 헤치며 부산을 즐긴 1박2일간 나의 세상은 함께 누빈 거리보다 몇 배는 더 넓고 다채로워졌다. 여행의 길 위에서 없는 편이라고 억누르고 안도하며 숨어있던 편견과 기우들을 깨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픈 것들을 상상하고, 더 즐겁고 활기찬 내 일상을 그려보았고, 하고싶은 것에 도전하고 해보지 않았다고 두려워 않는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휠체어 바퀴로 갈 수 없는 곳이 생긴 이유는 아직 가보지 않았기 때문임을 이제는 안다. 


누구에게나 단 한번의 인생, 어떻게 살고 어떤 길을 갈 지에 정해진 것은 없음이다. 혹시 여행을 모험이나 탐험쯤으로 생각하고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다면 일단 나서보기를. 휠체어 바퀴가 지나며 길이 나는 만큼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낭만과 희망찬 기대들로 꽃피는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하는 진귀한 경험을 더 많은 이들이 해 보기를 간곡히 기원한다. 끝으로 이런 기회를 만들기위해 심사숙고하여 코스와 일정을 기획하고 난로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겨울의 추위도 모른 채 즐겁게 여행하게 해 주신 팸투어 여행 프로그램 관계자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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